With./죽기 딱 좋은 날씨

9. 노크하지 않은 방문객 / 같이 가자 W.PL

美談 2015. 8. 29. 23:10

<본 작품은 뇽토리 신세계 OST 합작 '죽기 딱 좋은 날씨' 에 참여하신 글이며, 저작권을 비롯한 모든 권리는 해당 작가님들께 있습니다.>

 

 

같이 가자 w.PL

들어가기 전에
-이 글은 괴담레스토랑이란 애니메이션의 같이 가자란 편을 모티브로 쓴 글입니다.
-신세계 ost합작에서 '노크하지 않은 방문객'을 주제로 쓴 글입니다.
-내용 수정을 불허합니다.


 

 

 

지독한 독감에 걸렸다. 때문에 난 병원에 갇힌 신세가 되었고, 덧붙어 계획되어 있던 가족여행도 취소가 되었다. 엄마는 간간히 병실에 비추면서 나를 돌보셨고, 동생 이한나는 나를 보면서 혀를 차 됐다. 오빠가 아픈데 걱정하나 되지 않나 봐. 그런 이한나를 쥐어주고 싶지만 기침이 너무 심해서, 그것조차도 힘이 들었다. 그러면 그럴수록 남자가 그리 허약하면 되냐고, 이한나는 날 더욱 놀려 될 뿐이었다. 아우 짜증나."승현아, 엄마는 이제 가볼게. 미안해, 더 돌봐야 하는데 우리 아들...""괜찮아요. 힘들면 간호사 누나 부르면 되죠. 일 때문이잖아요. 저 유치원생 아니니까 어서 가세요.""그... 그래. 정 힘들면 엄마 부르고."상사의 부름일 듯한 전화를 받은 엄마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나를 보았다. 걱정스러운 엄마를 보니까 짜증을 낼 수 없기에, 엄마에게 웃어 보이며 엄마를 보냈다. 엄마는 방문을 닫는 그 순간까지도 나를 보았다. 엄마는 걱정이 너무 많으셔서 탈이야. 그저 독감일 뿐인데도 1인실에 날 맡기고. 나는 엄마가 나가자마자 이어폰을 귀에 꽂고 볼륨을 크게 키웠다. 쿵쿵거리는 기분 좋은 비트가 귀를 채웠다. 평소에는 엄마가 이런 걸 안 좋아해서 못했는데, 엄마가 없는 지금 이 시간에는 할 수 있다는 게 좋다. 간간히 나오는 심한 기침들만 빼면 말이야. 핸드폰을 들어서 SNS 타임라인을 열심히 훑는 동안에 어느새 몇 시간이 흘렀고, 벌써 저녁 10시가 됐다. 간호사 누나가 불 끌 시간이라면서 내게 핀잔을 주었고, 나는 잠시 폰을 내려놓았다. 불이 꺼지고 간호사 누나가 나가자마자 폰을 다시 했다."어...?"문이 열리며, 불이 켜졌다. 간호사 누난가 싶어서 핸드폰을 잠시 이불 밑으로 숨겨놓았다. 여기 간호사 누나들은 잔소리가 깨나 많아서, 들키면 좀 귀가 아팠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을 열고 들어온 사람은 내 또래로 보이는 남자아이였다. 목을 다쳤는지 목에다 붕대를 매고 있었다. 한 손에는 스케치북과 보드마카를 들고 있었다. 근데 남의 방에 왜 들어온 거지?

 

 

 

“야, 왜 들어왔어. 들어오려면 노크라도 하든가.”

 

 

 

녀석은 내말에 들고 있던 스케치북에 뭔가를 쓱쓱 적어나갔다. 거기에는 「난 노크했어. 네 이어폰 때문에 네가 못들은 거겠지.」 라고 써져 있었다. 아 맞다. 내가 볼륨을 크게 해놓고서 녀석에게 면박을 주니까, 괜히 미안해진다.

 

 

 

“근데 왜 들어온 거야?”


「여기에 내 또래아이가 들어왔단 소식을 듣고서 왔어. 오랫동안 병원에 있어서, 내 친구들을 못 봤거든. 불편하면 나갈게.」


“아니… 나갈 필요는 없어. 나도 마침 심심했거든.”

 

 

 

빈말로 하는 말이 아니라 진짜였다. 하루 종일 폰만 붙들고 있는 짓도 꽤나 지루해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녀석은 묘하게 익숙함이 느껴졌기도 했고, 재밌어 보이기도 해서 같이 있는 게 나쁘지 않을 듯 했다. 그래서 처음 만난 그 밤, 우리 둘은 꽤나 많은 이야기를 했다. 마치 익숙한 친구처럼 말이다. 그렇게 새벽 3시에나 녀석은 나갔고, 나는 잠이 들 수 있었다. 아, 맞다. 이름 물어봐야 하는데.

정확히 20시간 만에 녀석이 또 찾아왔다. 녀석은 20시간 전과 전혀 차이가 없었다. 한 손에 든 스케치북과 보드마카. 마치 녀석의 트레이드 마크마냥 그것들은 녀석의 손을 벗어나지 않는 듯 했다.

 

 

 

“근데 이름이 뭐야?”


「권지용. 너는?」


“나? 나는 이승현이야.”


「예쁜 이름이네.」


“남자한테 예쁘다가 뭐냐?”

 

 

 

권지용은 나의 반응에 미소를 짓더니 스케치북에 뭔가를 적었다. 「그게 뭔 상관이야? 예쁘면 예쁜거지 뭐. 적어도 넌 내 눈에 그래.」 정말 그 미소를 유지하면서 그걸 썼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남자애가 왜 이렇게 오글거려. 근데 기분이 더 그런 건, 저게 그렇게 나쁘진 않다는 거다. 얼굴이 괜히 후끈거려서 손부채질을 하면서, 이 분위기에서 나가보려고 물었다. 목이 왜 그러냐고. 녀석은 교통사고 때문에 그랬다고 했다. 교통사고… 안타까웠다. 내가 축 쳐져있자 녀석은 스케치북에 다시 뭔가를 적었다.

 

 

 

「너는 왜 병원에 있는 거야?」


“아, 독감 때문에. 개도 안 걸리는 여름 감기도 아닌, 무려 독감에 걸렸어. 덕분에 제주도 여행은 하늘 위로 날아가 버렸지.”


「나중에 나으면 나랑 같이 가자. 나 곧 수술시작 한데.」


“어 진짜?”

 

 

 

권지용은 스케치북에 글씨를 쓰는 대신에 고개를 끄덕였다. 수술이 시작되다니 다행이다. 목이 나아서 이곳저곳 많이 돌아다닐 수 있을 거다. 그리고 여태껏 못 만났던 친구들도 다시 만날 수 있을 거고. 그리고 들어보고 싶은 권지용의 목소리도 들으며, 제주도에서 놀 수 있을 것이다. 만난 지 하루도 안 된 녀석에게 나는 어느새 물들고 있었다. 녀석을 이렇게 걱정해주고 있으니까 말이다. 아니 모든 사람이 권지용에게 물들 수밖에 없을 거다. 얼굴도 괜찮고, 성격도 괜찮으니까 말이다. 다만 목이 다쳐서 그렇지. 어쨌든 이 녀석과 내가 나으면, 무조건 권지용을 소개시켜줄 거다.

 

머리가 어지러워서 권지용에게 미안하다면서 다음에 보자고 말했다. 녀석과의 대화도 꽤나 재밌지만 독감 걸린 상태에서 이러니까 체력이 좀 딸린다. 녀석은 내 말에 끄덕이며 내게서 떠났다. 녀석이 떠난 시간은 새벽 2시 40분이었다.

 

 


*****

 

 

 

“승현아. 너 꽤나 다크써클이 늘었어. 심지어 열도 떨어지지도 않아.”


“아… 전 괜찮아요. 살짝 머리만 어지러울 뿐이죠.”


“밤에 안자고 폰질하지 말라고 했잖아.”


“폰 안 만져요. 아 누나, 권지용이란 애 알아요?”

 

 

 

누나는 내 말에 내 팔에 꽂으려 한 링거를 떨어트렸다. 그리고 금방 얼굴이 하얗게 변했다. 네가 걔를 어떻게 알아? 이제는 손까지 떨면서 말했다. 만날 본다고 하니까 이제는 병실 밖을 나갔다. 그 녀석이 귀신이라도 되나? 그건 아니었다. 그 녀석은 주변 사물들도 잘 집었고, 다리도 멀쩡하게 존재하고 있었다. 그냥 간호사 누나가 오해한 거겠지. 그렇게 고개를 저으며 침대에 눕는데, 갑자기 기침이 나왔다. 아 피네. 생각해보니까 병원에 있으면서 그렇게 나아지진 않았다. 오히려 나빠졌음 더욱 나빠졌지. 휴지로 피를 닦아내고, 아까 나갔던 간호사 누나를 불러야겠다. 그 간호사누나 지금쯤이면 나아졌겠지.

 

그렇게 오후 11시가 됐다. 이제는 매우 익숙해진 노크소리가 들려왔고, 권지용이 찾아왔다. 낮에 간호사누나의 태도가 생각나서 녀석이 다리가 있는지 없는지 확인했지만 확실하게 있었다. 역시 간호사누나가 착각한 거겠지. 권지용을 강지영이라 듣고 착각이라도 했나? 그렇게 킥킥되니까 권지용은 스케치북에 무슨 일이 있냐고 썼다. 근데 이거 말해도 되나? 기분 나빠 할 거 같은데… 권지용은 내 마음을 읽은 것처럼 그냥 빨리 말하라고 스케치북에 적었다. 그래, 귀신이 아닌데 화를 왜 내? 그냥 웃어넘기겠지.

 

 

 

“그게 간호사누나에게 너를 아냐고 물으니까 귀신 보듯이 무서워 하더라구. 아마도 다른 이름으로 착각한 거겠지?”


“……”


“권지용?”

 

 

 

내 말에 권지용은 아무 것도 안하고 표정을 굳히더니, 어께를 떨며 화들짝 놀랐다. 권지용은 환하게 웃으며, 아무 것도 아니라고 했다. 그래, 저게 어떻게 귀신의 태도겠어. 진짜 살아있는 사람의 웃음일 수밖에. 굳은 표정은 온데 간데 사라지고, 오로지 좋은 분위기만이 내 병실을 채웠다. 그렇게 새벽 2시 20분이 돼서 권지용이 나갔다. 오늘은 유독 눈이 잘 감기는 듯했다. 침대에 눕자마자 바로 잠이 오니까….

 

 

 

*****

 

 

 

“CPR 준비하세요!!!”

 

 

 

간호사의 다급한 목소리가 병원을 채울 정도로 컸다. 그녀의 말에 사람들이 CPR 기구를 갖고 왔고, 그걸 받은 간호사는, 윗옷이 벗겨진 승현에게 CPR을 시도하였다. 승현의 입에는 산소호흡기가 달려있었으며, 승현은 눈을 감은 채 아무 말도 안하고 있었다. 승현의 부모님은 눈물을 흘려가며 간호사의 행동을 지켜보고 있었다. 독감하나가 이렇게 변질 될 수가… 기도 외에 아무 것도 할 수가 없어서 답답했다. 의사와 간호사들은 최선을 다했기에 책임을 물을 수가 없었다.

그 순간 승현은-정확히는 승현의 영혼- 안개가 낀 곳에 서있었다. 아무 것도 안보여서 어디로 가야할지 몰랐다.

 

 

 

“이승현.”


“권…지…용?”

 

 

 

그 순간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를 향해 고개를 돌렸고, 붕대가 풀린 지용이 승현을 향해 응시하고 있었다. 목이 다 나았구나. 다행이다. 힘이 없었지만 지용이 다 나았다는 사실이 정말 기뻤다. 승현은 기댈 수 있는 곳이 오로지 지용이기에 그를 향해 천천히 걸어갔다. 도착한 순간 승현은 지용을 꽉 안았고, 그런 승현의 머리카락을 지용이 쓰다듬고 있었다.

 

 

 

“나 다 나았어. 이제 가자. 다 나으면 같이 가기로 했잖아.”


“그래… 근데 안개가 너무 껴서 잘 안보여.”

 

 

 

지용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승현의 귀에 속삭였다. 승현은 간지러워서 몸을 부르르 떨었다. 내가 이끌어줄게. 지용은 승현에게 말하면서 슬며시 손을 잡았다. 어디선가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가 또 들려왔지만 상관은 없었다. 오로지 자신 앞에 있는 존재가 더욱 중요했다. 먼저 약속했으니까, 먼저 한쪽으로 가야지. 그렇게 서로의 손을 잡고 안개 속으로 사라졌다.

 

 

그 순간 아찔하게 그리던 승현의 심장박동이 일자를 긋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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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노크하지 않은 방문객이라고 해서, 저 애니가 떠올랐고 그와 동시에 죽음이 떠올랐어요. 죽음이 갑자기 찾아올 수도 있잖아요. 안그래요...? 어쨌든 존못새기의 글을 읽어주셔서 고맙고, 존잘님 글 읽으셔서 힐링하시길...! 합작 열어주신 다묘님께 감사합니다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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